noname

abyss

Henri Cartier Bresson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서, 오직 우리의 죽음만이 붙잡을 수 있을 따름이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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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 목사의 우주

Claude Debussy – Clair de Lune

 

에번스 목사의 우주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블루 마운틴에 사는 조용하고 쾌활한 성격의 로버트 에번스 목사는 하늘이 맑고, 달빛이 그렇게 밝지 않은 날 밤이면 언제나 커다란 망원경을 뒷마당으로 들고 나가서 특별한 일을 한다. 그는 오랜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죽어가는 별을 찾아내고 있다.

물론 과거를 들여다보기는 쉽다. 그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면, 보이는 것이 모두 역사이다. 엄청나게 많은 역사를 볼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은 지금 현재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별빛이 그 별을 떠났던 때에 그 곳에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우리가 믿고 따르는 북극성은 지난 1월이나 1854년이나, 아니면 14세기 초에 이미 완전히 타버렸는데도 아직까지 그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680년 전의 오늘까지는 북극성이 그곳에서 불타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별들은 언제나 죽어간다. 로버트 에번스는 천체들의 이별 순간을 찾아내는 데에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친절한 에번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연합교회의 목사직에서 반쯤 퇴직한 지금, 낮에는 자유 계약제로 19세기의 종교 운동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밤에는 겸손한 하늘의 거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초신성을 사냥한다.

초신성은, 우리 태양보다 훨씬 더 큰 거대한 별이 수축되었다가 극적으로 폭발하면서 1,000억 개의 태양이 가진 에너지를 한순간에 방출하여 한동안 은하의 모든 별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나는 상태를 말한다. 에번스에 따르면, “초신성은 1조 개의 수소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같다.” 500광년 이내의 거리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우리는 모두 사라져버릴 것이다. 에번스의 장난스러운 표현에 따르면 “모든 쇼가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우주는 너무나도 광활해서 초신성이 폭발하는 곳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에는 너무 먼 곳이다. 사실은 대부분의 초신성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먼 곳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은 희미하게 반짝일 정도로 보인다.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만 관측되는 초신성이 다른 별들과 구별되는 것은 하늘의 비어 있던 곳에서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뿐이다. 에번스 목사는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그렇게 비정상적이고, 아주 가끔씩 반짝이는 작은 점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이해하려면, 검은 식탁보를 덮은 식탁 위에 한 줌의 소금을 뿌린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흩어진 소금 알갱이들이 은하인 셈이다. 소금이 뿌려진 그런 식탁 1,500개가 월마트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거나, 4킬로미터에 걸쳐서 늘어서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식탁 중의 하나에 소금 알갱이 하나를 더 뿌리고 나서, 로버트 에번스 목사에게 그 소금 알갱이를 찾아내도록 하면, 그는 단 번에 새로 더해진 소금 알갱이를 찾아낼 것이다. 그 소금 알갱이가 바로 초신성이다.

올리버 색스는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초신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에번스를 자폐증에 걸린 석학으로 비유해서 소개했지만, “그가 자폐증에 걸렸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색스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에번스는 자신이 자폐증에 걸렸다는 주장과 석학이라는 주장을 모두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재능이 어떻게 얻어진 것인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별들의 밭을 기억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끝없는 숲이 시작되는 시드니 외곽의 하젤브룩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그림 같은 그의 집으로 그와 그의 부인 엘레인을 방문했을 때 그가 수줍은 표정으로 한 말이었다. “저는 다른 일에는 재주가 없습니다. 사람들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물건을 넣어둔 곳도 기억을 못해요.” 부엌에 있던 엘레인이 지적했다.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망원경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에번스의 뒷마당에 윌슨 산이나 팔로마 산의 천문대처럼 미닫이문이 달린 둥근 지붕과 자동으로 움직이는 의자가 설치된 작은 천문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으로 그는 나를 뒷마당이 아니라 부엌 뒤에 있는 좁은 창고로 데려갔다. 책과 서류 더미가 가득한 창고에는, 가정용 온수 탱크 정도의 크기와 모양을 가진 흰색 원통형 망원경이 그가 직접 합판으로 만든 회전용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관측을 할 때에는 그 망원경을 두 번에 나누어서 부엌 바깥에 있는 마루로 옮겨야 한다. 머리 위의 지붕과 언덕 아래서 자라는 유칼리 나무 때문에 그곳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은 우편함 크기 정도에 불과했다. 그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하늘이 맑고 달이 그렇게 밝지 않은 날에는 바로 그곳에서 초신성을 찾아낸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